한국의 단청

한국의 단청: 2016.01.12 12:46 입력

전승진 기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문양을 새기거나 그릇 전체에 색을 입힌 채색 토기 등을 보면 넓은 의미의 단청은 선사 시대부터 이미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좁은 의미의 단청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어 발전되어 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단청의 역사를 보면 초기 단청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으나, 발전 단계에서 중국과는 다른 형식을 추구하여 우리만의 독특한 문양과 생각을 담아왔다.      <img width="246" height="386" align="absmiddle" style="width: 180px; height: 237px;" src="http://unmenews.com/PEG/14525699387960.jpg">   우리나라 고대 단청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약 90기가 발굴되었으며 1500여년 전의 채색이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어 당시의 단청 양식과 색채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사용된 색의 종류를 보면 흑, 백, 적, 황, 자, 녹색 등을 기본으로 황토와 갈색, 청록색 등 다양한 색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평안남도 남포시에 위치한 수산리 고분 벽화(5세기 후반)의 단청 문양은 고채도와 저채도의 색을 적절히 사용하여 확연한 명도와 채도 대비를 보여준다. 벽화에서 여주인공의 주름 치마는 백색과 적색 사이를 4단계로 그라데이션 한 채색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당시 단청 채색이 이미 체계적인 빛의 단계를 사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와 단청에서 보이는 또 다른 채색의 특징은 보색 대비이다. 집안 통구 5회분 4호 묘의 사방 벽 인당 초문은 청록색과 주홍색으로 도채 되어 탁월한 보색 대비 효과를 자아낸다. 고구려 이외에 백제와 신라 또한 부여 능산리 고분 및 풍기 순흥 벽화 고분 등에서 보여주는 구름과 연꽃 무늬, 그리고 신라의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아 상당한 수준의 단청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 단청의 경향은 고려 시대로 자연스럽게 계승되어 발전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고려 시대는 원시적인 채색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배색을 이루어 현대에서 볼 수 있는 단청 색조의 태동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 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의 단청 색조를 보면 오늘날의 단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햇빛을 강하게 받는 기둥이나 난간 부분에는 붉은색을 칠하고, 추녀와 처마, 공포 부분에는 녹, 청색을 주로 칠함으로써 고려시대 단청은 대체로 위가 푸르고 아래쪽이 붉은 상록 하단(上綠下丹)의 원칙이 충실하게 지켜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먹선과 분선을 사용하여 각각의 문양을 강조함과 동시에 색의 명시성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div> <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_ext" 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width="480" align="absmiddle" src="http://unmenews.com/PEG/14525701072265.jpg"></div><div style="margin: 8px;">▶ 조선시대 궁중단청</div></td></tr></tbody></table>   조선 시대에 이르게 되면 단청 문양과 색채는 더욱 다양하고 화려해진다. 조선 초기에는 고려 시대의 단청 기법을 이어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나, 임진왜란 이후로는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환되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단청은 고려시대와 달리 건물의 내, 외부 배색을 다르게 한 것이 특징인데, 외부에는 명도가 밝은 등·황 색조를 사용하여 화사하게 하였으며 실내는 녹, 청색을 주로 채색하여 비교적 차분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단청은 실내, 외가 다같이 선명함을 띠고 있다. 조선시대 단청의 기본 색조는 장단·주홍·양청·황·양록·석간주 등이며 여기에 백색과 흑색, 기타 색채를 배합하여 다채로운 색채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조선 시대의 단청 색조는 동일 색의 그라데이션을 최대 3빛까지 사용하여 부드러운 명도 대비와 채도 대비를 연출한 것이 큰 특징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건축, 회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쓰여지고 있다.  </div>                                                     단청은 우리 선조들의 색채 감각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단청을 현상대로 연구 보존하고 후대에까지 이어주는 것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복원도의 작성인데 온전한 형태나 색상의 추정이 가능할 경우, 전해오는 문양의 형상을 바탕으로 복원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통 계승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신문양을 개발하는 것이다. 계승된 문양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를 발전시켜 후대에 전달해 주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각 시대 별로 특징이 있듯이 독창적이되 전통 문양과 의미를 해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대적인 단청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의미가 깊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안료의 개발과 보급이 중요한 것 같다. 과거에 사용했던 자연 안료는 현대에 와서 구하기 힘들어진 안료도 있고, 과정 또한 복잡하여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현대의 안료는 사용은 편리하나 화학 안료로써 내구성이 떨어지고 변색이 빨리 진행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내구성을 강화하고 자연 안료에 버금가는 대체 안료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단청 문화의 발전에 큰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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