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8211; 충(忠)② &#8211;

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 충(忠)② –: 2023.08.01 09:00 입력

장명경 기자

'충(忠)'은 때때로 상명하복의 미덕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굳이 해석하자면 윗사람의 말에 그저 무조건 ‘예, 맞습니다’ 하며 맞장구나 치는 것이 아랫사람의 마땅한 소임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충(忠)이라는 것이다. 유사이래 실로 훌륭한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류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간신’이라 불렀다. 역사상 간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이 없으니 옛 사람들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신하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경계하였다. 그 분류법 중 하나가 육사신(六邪臣)이다.  제구실을 못하고 머릿수만 채울 뿐인 무능한 구신(具臣)듣기 좋은 아첨이나 하는 유신(諛臣)간사하게 비위만 맞추는 간신(奸臣)참소를 일삼아 남을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된 참신(讒臣)사익만을 추구하여 반역하거나 불충한 적신(賊臣)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망국신(亡國臣) 서글프게도 하나하나 익숙한 모습들이다. 현대사회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간신 모리배들은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충신이라 자칭하고, 사람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고서를 탐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이 우리는  심심풀이 사극을 통해서도 충신의 단편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돌림 노래는 군주가 바르지 못한 길을 가려 할 때에 신하 된 도리로 문지방을 넘어 끌려나가는 순간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외쳐야 할 '충(忠)'의 노래인 것이다. '충(忠)' 문자도는 이와 같이 고대 하나라 걸왕에게 간언하다 목숨을 잃은 관룡방, 상나라 주왕에게 간언하다 심장을 뽑힌 비간의 고사 또한 담고 있다. '충(忠') 문자도에서 간혹 보이는 대나무 도상은 휘어지느니 부러지고 마는 대나무의 꼿꼿한 지조를 본받아 불의와 타협하지 말고 직언을 아끼지 말라는 의미일 터다.  다른 도상으로 새우인 대하(大蝦)와 조개인 대합(大蛤)이 군신 간에 화합(和合)하길 염원하는 의미로 함께 그려지고는 하는데, 새우의 ‘하(蝦)’가 ‘화(和)와, 조개의 ‘합(蛤)’의 발음이 합(合)과 유사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신하의 도리가 올바른 '충'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군주의 도리는 걸주의 폭정을 답습하지 않고 간신을 경계하여 설령 듣기에 거친 말이라 하더라도 충신의 간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니, 아랫사람 뿐만 아니라 윗사람 역시 바른 자세를 갖추고 서로 합을 맞춰나가며 바르게 다스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장명경 기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