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8211; 신(信)②&#8211;

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 신(信)②–: 2023.10.01 09:00 입력

장명경 기자

신(信) 문자도에 흰 기러기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새가 있다. 바로 상상 속의 동물 청조(靑鳥)다. SNS 로고 또는 동화책 삽화에 등장하는 아기자기 귀여운 파랑새와 달리 늠름한 신의 사자로, 때때로 사람 얼굴을 한 인면조의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삼국시대 인면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편지를 물고 있는 평범한 청조보다 신(信) 글자 위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인면청조가 더 반갑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div align="" style=""> <table 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center"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top:15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 <img src="http://unmenews.com/PEG/16960717071561.jpg" width="173" align="absmiddle"> </div><div style="text-align: center; margin: 8px;" align="center">출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div></td></tr></tbody></table>  </div>  청조와 함께 그려지는 복숭아, 연못, 궁궐은 도교 전설에 등장하는 신 서왕모(西王母)를 상징하는 도상들이다. 서왕모는 왕모낭랑(王母娘娘), 금모원군(金母元君) 구령태묘귀산금모(九靈太妙龜山金母) 혹은 태호구광귀대금모원군 (太靈九光龜臺金母)이라 불리며 여선(女仙)들을 통괄하는 높은 지위의 신으로, 산해경(山海經)에서 사람의 얼굴을 하고 호랑이 이빨에 표범의 꼬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형상으로 묘사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불로장생의 비밀을 쥔 아름다운 여성신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가 머무는 곤륜산 높은 궁궐에는 요지(瑤池)라는 아름다운 연못과 삼천 년에 한 번 푸른 열매를 맺는 반도원(蟠桃園)이 있는데 동방삭이 훔쳐먹고 삼천갑자 불로장생을 누린 복숭아가 바로 서왕모의 반도다. 이 반도가 익는 시기가 되면 서왕모가 신선들을 초대하여 반도연(蟠桃宴)을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서왕모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과 이를 다룬 회화에서 청조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청조는 반드시 그 주인과 함께 등장하며 여선의 모습으로 시중을 들거나 뜻을 전하는 전령 역할을 한다.    한무제의 일화를 모아 엮은 중국의 고대문학 한무고사(漢武故事)에 의하면 모년 7월 7일 목욕재계를 하고 있던 한무제의 궁에 갑작스럽게 청조가 한 마리 날아들어 울기 시작했다. 한무제가 삼천갑자 동방삭에게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까닭을 묻자 동방삭이 ‘이는 서왕모께서 오시려는 징조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 말 대로 서왕모가 두 마리 청조와 함께 왕림한다.   즉, 신의 사자인 청조의 등장은 서왕모의 ‘내가 곧 가겠다’는 굳은 약조이며 신의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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