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8211; 신(信)③&#8211;

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 신(信)③–: 2023.11.01 09:00 입력

장명경 기자

<div align="" style=""> <table 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center"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top:15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src="http://unmenews.com/PEG/17013950067032.jpg" width="603" align="absmiddle"></div><div style="text-align: center; margin: 8px;" align="center">출처: 국립중앙박물관</div></td></tr></tbody></table>  </div> 신(信) 문자도에서 신의에 관한 고사를 상징하는 도상들은 문자도의 본래 의의에 걸맞게 정교하게 묘사되거나 작가의 개성에 따라 독창적이고 기발한 형태를 뽐낸다. 반면 신(信)이라는 글자의 형태만 남겨두고 유교적 의미와 전혀 관계없는 도상을 이용해 화려하게 그려내어 교육 목적보다 회화성을 더욱 강조한 신(信) 문자도도 존재한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신(信) 문자도는 역시 기러기와 청조 한 쌍이 편지를 물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 뒤를 잇는 소재로 상산에서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네 사람의 노인이 있다. 이들이 바로 진시황의 폭정을 피해 산시성 상산에 은거했다는 상산사호(商山四皓) 동원공과 하황공, 기리계, 그리고 녹리선생이다. 모두 눈썹과 수염이 새하얀 노인이었기에 흴 호(皓) 자를 사용하여 사호(四皓)라 하였다고 한다. 네 현인은 진나라가 저물고 한나라가 세워진 후에도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전한 고제 유방이 수 차례 초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응하지 않는다. 유방의 성미가 괴팍하고 선비를 가벼이 여기는 태도가 유명하여 하산한들 의미가 없다 여겼을지도 모른다. 사호는 고제를 섬기길 거부하고 그저 산 속에서 약초를 캐고 바둑을 두며 자줏빛 영지의 노래, 자지가(紫芝歌)를 부를 뿐이다. 채지가(採芝歌)라고도 하는 옛 시 속에 그들의 뜻이 그대로 담겨있다. 紫芝歌 莫莫高山 深谷逶迤 曄曄紫芝 可以療饑唐虞世遠 吾將何歸駟馬高蓋 其憂甚大富貴之畏人兮 不如貧賤之肆志 아득히 높은 산 깊은 골짜기 자줏빛 영지가 무성하니 배고픔을 달랠 만하네요순시대는 멀리 있으니 나는 장차 어디로 나아갈 거나네 마리 말에게 훌륭한 수레를 끌게 한들 근심은 더욱 크니부귀하되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빈천해도 내 뜻대로 사는 것만 못하구나  유방이 만년에 태자 유영을 끌어내리고 총애하는 측실의 아들을 새로이 태자로 책봉하려 하자, 다급해진 여후는 유방의 책사인 한삼걸(漢三杰) 유후(留侯) 장량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무 문제없이 멀쩡한 태자를, 그것도 적자를 폐하려는 유방의 무모함에 많은 공신들이 우려하고 있었으므로 장량은 조용히 계책을 하나 귀띔해준다. 극진하게 예를 갖추어 상산사호를 모셔오라는 것이다. 그 말대로 태자가 공손한 태도로 서신과 예물을 보내자 네 현인이 산에서 내려와 태자를 보필하니, 고명한 선비인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고제는 척부인을 불러 “짐이 태자를 바꾸려 하였으나 네 현인이 보좌하여 우익을 이루었으니(羽翼已成) 어쩔 도리가 없구나” 한탄하며 태자 교체를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이 고사에서도 편지는 언약과 믿음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신(信) 문자도에 상산사호가 등장하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장명경 기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