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와 기능의 적절한 타협공간, 기단

권위주의와 기능의 적절한 타협공간, 기단: 2016.01.12 14:49 입력

전승진 기자

<div> <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_ext" 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width="448" align="absmiddle" src="http://unmenews.com/PEG/14525776609387.jpg"></div></td></tr></tbody></table> </div> 한 달 가량 지루하게 계속 되던 빗줄기가 이제 좀 사그러드는 듯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 기간 동안은 해를 보기가 힘들어 자칫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집안에 생기는 습기와 곰팡이로 인해 건강을 해치기도 십상이다. 과거에도 여름철엔 어김없이 장마가 있었을 터인데, 선조들은 어떻게 지혜롭게 여름철 빗물과 습기를 해결했을까? 그 해답이 바로 기단이다.    기단은 건물을 세우는데 있어 가장 밑 바탕을 이루는 구조로서 우리말로는 ‘죽담’이라고 부른다. 주로 돌이나 흙, 벽돌 등으로 만들며 지반을 일정한 높이로 돋게 만들어 그 위에 건축물을 세우는데, 빗물이 고이지 않게 하고 지면의 습기를 방지하며 해충이나 뱀으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기단은 집을 보호해 주는 단순 기능 외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건축물의 높이를 높게 하여 구조물의 위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단(壇)이란 제사를 올리기 위해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든 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사직단(社稷壇)은 토지 신과 곡물 신에게, 선농단은 신농씨와 후직(后稷)에게, 악단(岳壇)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집에 가신(家神)이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으며, 집을 일종의 신당(神堂)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단(壇)은 그 어느 곳보다 신성한 곳으로 여겼으며, 집을 올려놓는 기단 또한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 생각한 선조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기단을 쌓을 때 들어가는 재료 중 흙은 기단을 두둑이 높이기 위해 겹겹이 다져지고 둘레에는 ‘댓돌’이라는 돌로 둘러쳐진다. 댓돌은 기단의 이름을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단층의 기단을 ‘외벌대’라고 하고 이층의 기단을 ‘두벌대’, 삼층의 기단을 ‘세벌대’라고 부른다. 기단이 권위를 상징한다고 해서 무조건 높게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기단을 쌓는 데에도 엄격한 법식이 존재하는데 민간에서는 세벌대의 기단을 만들 수 없던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언제나 과한 것을 멀리 하려고 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집의 배치에 있어 대문 옆에 붙어있는 행랑채를 시작으로 안채와 사랑채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건물군은 규모도 그렇지만, 건물의 높낮이로써 구조물의 위계를 확연히 드러낸다. 이들 구조물의 높이는 기둥이나 지붕의 높이로 차별화 되는 것이 아니라 기단의 높낮이로 구분하게 된다. 행랑채는 잡석으로 만든 한 벌 기단이 고작이겠지만, 안채의 경우는 최소한 장대석이나 다듬은 돌로 한 벌에서 세 벌까지 만들어 우뚝 솟은 느낌을 준다. 사랑 채의 경우는 ‘내루’라고 하여 높다란 다락을 만들어 집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게 하여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게 된다.    한옥의 구조에서 기단은 권위주의와 기능의 적절한 타협점이 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바깥 주인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앞서 집을 짓는데 바탕이 되는 중요한 기초 구조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단은 건축물의 전체 하중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외부충격에 쉽게 무너져 내리거나 내리는 빗물에 쉽게 씻겨 나간다면 기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잘 지어진 고 건축물을 보면 지붕이 썩고 기와가 무너져 내려도 기단이나 주춧돌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절터나 궁궐터를 발굴해서 실측을 할때도 궁전이나 누각 앞에 세워 놓았던 섬돌인 월대(月臺)의 흔적으로 가늠하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현대에 와서는 물론 건축술도 많이 발달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년 전 과도한 증축으로 무너지고 말았던 서울 도심의 건물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건물에 있어 기초 공사는 수 백 번을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건물 뿐이 아니라 인간사에 있어 모든 일을 행할 때 기초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세상, 집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흙을 다지고 돌 하나 하나 정성스레 다듬고 쌓았던 선조들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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