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 인터뷰

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 인터뷰: 2016.01.05 22:30 입력

박은하 기자

가을 바람이 선선히 스치듯 불던 어느 날. 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후학들에게 침선 수업을 하고 있던 중요 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구혜자를 만났다. 지난 여름, 인사동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중요 무형문화재 작품전시'에 이어서 두 번째 만남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바느질을 정성껏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침선장이란  침선이란 바늘에 실을 꿰어 꿰맴을 말하는 것으로, 복식의 전반이라 할 수 있다. 복식이란 의복과 장식을 총칭하므로 그 범위는 바늘에 실을 꿰어 바느질로써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침선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사람을 '침선장'이라 한다.  과거 조선시대의 침선장은 옷 입는 자의 성품이 어떠한지, 안감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하는 역할로 혼자서 디자이너, 재단사, 패턴사 겸 재봉사의 역할을 수행했다.   침선장이 되기까지  침선장 구혜자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여학교 다닐 적에는 어머니가 한복의 치마 저고리를 많이 입혀주었기에 한복은 친숙한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배웠던 것은 결혼 후 사학자 위당 정인보 선생의 맏딸이자 중요 무형문화재 침선장이었던 시어머니 정정완 선생 밑에서 침선을 배우게 된다. “시어머니가 침선장이 되시기 전부터 옆에서 도와드렸습니다. 침선장이 되고 난 후에 어머니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나에게 까지 정식으로 배울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내가 제자이면서 며느리이기도 해 집안일과 동시에 해야 했습니다. 그러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안 오는 날에도 버스를 타고 먼 길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남들이 1년 만에 마친다면 나는 2년 만에 마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을 먹었었죠.”   시간과 운동 관리 중요해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의 시간 관리는 주어진 시간에 충실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업 할 때는 집중해서 수업을 하고, 집에 가면 푹 쉬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죠. 또한 시간 관리라는 것은 건강 없이는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 식습관이나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는 스트레칭 30분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환절기이다 보니 눈이 많이 피로해 안약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집중해서 바느질을 하다 보니 어깨나 허리의 통증이 온다고 한다. 시력 또한 좋은 편 이었으나 바느질을 하면서 노안이 빨리 온 것 같다고 한다. 종일 앉아서 바느질 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오는 건 당연하다. 젊은 적에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작업을 한 편이라 아픈 것 없이 살았지만 나이가 들고 부터는 책상을 두고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손 바느질은 부드러운 옷태를 만들어  “내 손에 익은 바늘은 가늘고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바늘입니다.  자수는 짧은 바늘을 쓰지만 내가 쓰는 바늘은 4.5cm되는 바늘을 쓰죠. 옷감의 재질이나 특성에 따라 바늘의 용도가 달라집니다.”   아주 가늘고 짧은 바늘로 겨울 옷감도 견고하고 반듯하게 짓는다. 손바느질은 바느질하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가치를 더한다. 재봉질은 다소 옷 선이 딱딱해지고 거칠지만 손 바느질로 만든 옷은 옷태가 부드럽게 나온다.   한복을 짓는다는 것은 창작이 아닌 전승   “한복을 짓는다는 것은 창작 예술보다는 ‘전승되어 온 우리의 원형을 이어가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 한복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옷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복이라는 것은 그리 많은 디자인이 필요 없습니다. 색깔의 조화와 계절에 맞는 옷감을 가지고 적재적소에 입을 한복을 지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한복을 짓는다는 것은 창작이 아닌 전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침선은 개인적인 재주보다는 자신 스스로를 성실과 노력으로 기술 연마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침선을 배우러 오는 경우 2개월 쯤이면 3분의 1가량이 기권할 정도로 인내가 요구된다. 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는 1년차에는 성인 옷을 만들고, 2년 차가 되어야 전통 예복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최소 3년은 배워야 침선의 기본을 맛볼 수 있다.   진정한 전통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아야 할 것  “요즘 많이 쓰이는 전통이라는 말이 진정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현대의 물결이 화려하고 난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맞추어 전통의 원형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 때로는 소외되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의 것인 침선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있어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아직도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겸손함을 보였던 그녀는 “전통의 원형을 이어 계승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침선 수업을 통해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시간을 내 새로운 출토 복식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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