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을 담은 오방색의 의미

음양오행을 담은 오방색의 의미: 2016.01.06 01:54 입력

장명경 기자

한국 전통색채인 오방색은 오방정색이라고도 하며,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5가지 색을 말한다.     오방색은 단순한 원색의 집합이 아니라, 동양 사상체계의 근간인 음양오행을 담은 만물의 근본이 되는 색이다. 음과 양의 기운이 솟아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두 기운이 오행인 목(木), 화(火), 수(水), 토(土), 금(金)의 다섯 가지 원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상응하는 다섯 가지 색을 오정색이라고도 한다. 오정색이 양에 해당한다면, 그 사이에 있는 중간색인 오간색은 음을 나타낸다. 곧 녹색, 벽색, 홍색, 유황색, 자색이다.   오행은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만물의 흐름을 나타내는데, 이에 따라 오색과 방위가 설정된다.     청색은 오행의 목(木)으로 동방에 해당하며, 동방은 태양이 솟는 곳으로 나무가 많아 항상 푸르고 창조, 생명, 봄, 화목을 상징한다. 청색은 왕비나 궁녀들의 예복, 당하관의 관복에 사용되었으며 간색에 해당하는 옥색은 민간에서도 널리 쓰였다.     적색은 오행의 화(火)로 남방에 해당하며, 생성, 창조, 정열, 적극성을 뜻하며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로 쓰였다. 음기가 서린 곳을 좋아하는 귀신은 양의 기운인 적색에 이기지 못한다고 여겨졌다. 동지 팥죽이나 시루떡, 연지 곤지, 붉은 글씨로 그린 부적, 황토, 아기가 태어난 집에 붉은 고추를 끼운 금줄을 두르는 풍습, 그리고 지금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풍습까지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왕의 곤룡포에 쓰였고, 정 1품에서 정 3품까지의 당상관과 왕비의 원삼 등에 사용되었다. 적색의 원료인 홍화, 소목의 값이 비싸고 사치가 심하다고 하여 여러 번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황색은 오행의 토(土)로 오방의 중앙에 해당하며, 조명, 직관, 사물을 포용하는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가장 고귀하며 근원이 되는 색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황제만이 이 색을 쓸 수 있었고, 황제 외에는 누구도 사용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왕들은 조선시대까지 적색 곤룡포를 입었다. 대한제국 시대에 와서는 우리나라 궁중에서도 황색 사용이 급증하였다. 적색과 마찬가지로 액을 막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백색은 오행의 금(金)으로 서방에 해당하며, 결백, 진실, 청결을 상징한다. 백색은 삼한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쓰던 색이었다. 때문에 우리 민족을 두고 백의민족이라고도 하지만, 오행설에 의하면 본래 길한 색이 아니라고 하여 여러 차례 백의 금지령이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민 사이에서는 여전히 백의를 선호했다고 한다.     흑색은 오행의 수(水)로 북방에 해당하며, 인간의 지혜를 관장하는 색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사용을 꺼렸으나,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 석실 무덤에서 볼 수 있는 사신도-동방 청룡, 서방 백호, 남방 주작, 북방 현무 역시 오방색과 관계가 깊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사용된 화려한 색상의 대비와 동색 간의 조화에서 우리 민족의 뛰어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지위와 신분에 따라 색이 사용되었으며, 색이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염색기술이 발달했다. 이 기술은 고려와 조선조에 와서 더욱 발전해 다양한 염직물을 생산했다.     우리 조상들은 음과 양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때로는 부딪치며 상생 상극하는 이치를 이해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올바른 삶이라 여기고 그 신념에 따라 색을 사용해왔다. 그러한 오방색의 원리는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인 비빔밥과 오색고명이 올라간 국수 같은 식생활과 한복 저고리. 그리고 목조, 석조 등의 건축물과 단청. 궁중 장식화, 민화, 풍수지리, 한의학에 이르기까지 음양오행 사상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다.    위와 같이, 오방색은 색채에 주는 느낌이나 감각보다도 그 안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 전통 오방색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나, 전통 오방색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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