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구 칠(漆) 기법에 대해

목가구 칠(漆) 기법에 대해: 2016.01.12 14:20 입력

전승진 기자

예로부터 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공이 어렵지 않아 가구의 재료로 많이 사용했는데, 자연 그대로의 목재를 쓰다보면 때가 묻기도 쉽고 연약한 표면에 흠집이 생기기도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상들은 목재의 표면에 기름이나 옻칠을 입혀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목칠가구의 칠은 방수가 되게 하고 때가 묻거나 흠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며 건조한 나무에 일정한 양의 기름이 스미게 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역할도 하였다. 자연색 그대로의 표면에 칠을 하여 신선한 느낌을 내기도 하였고, 목리(木理)가 좀 더 잘 보이고 중후한 느낌을 주기위해 착색을 한 후 칠을 하기도 했다.    가구 표면에 바르는 칠로는 유칠(油漆, 기름칠)과 옻칠이 대표적인데 식물성 기름으로는 호두, 잣, 동백, 피마자의 기름을 주로 사용하였다. 기름칠은 헝겊에 기름을 듬뿍 묻혀 나무에 칠하여 흡수되도록 한 다음, 마른 헝겊으로 기름기를 완전히 닦아내고 문질러 광택을 내었다.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끈적거리며 먼지가 쌓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기름칠을 하고 나면 표면에 얇은 막이 형성되어 가구를 보호하고 자연스런 윤기가 나서 목가구의 아름다움을 더 해준다.    옻칠은 옻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나오는 액을 사용하여 칠을 하는 기법을 말하는데, 옻나무에서 추출한 원액을 생칠이라 하고 여러 색상의 천연 석분 등을 혼합하여 만든 불투명한 칠을 정재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옻칠기법 중 주칠과 흑칠을 주로 사용하였다. 생칠은 원액을 골고루 섞어가며 40도까지 열을 가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정제된 칠을 만드는 기법이고, 흑칠은 투명 옻칠에 산화철(酸化鐵)을 넣어 검게 만드는 방법이며, 주칠은 투명 옻칠에 수은 성분이 함유된 붉은 주분(朱粉)을 섞어 칠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옻을 묽게 하여 목가구의 표면에 바르면 알맞은 윤기와 함께 단단한 칠이 가구 표면을 보호하여 오랫동안 손상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칠의 미장 효과 또한 뛰어났는데 특히 궁중에서 사용한 장, 농, 소반, 함 등에는 전체적으로 흑칠이나 주칠을 배색하여 권위적이면서도 묵직한 채감을 느끼게 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옻나무의 수액을 써서 가공·도장된 제품을 칠기(漆器)라 하는데 기물의 제작과정과 재료에 따라 건칠기(乾漆器), 목심칠기(木心漆器), 채화칠기(彩畵漆器), 나전칠기(螺鈿漆器)로 나눠 볼 수 있다. 건칠기는 진흙이나 목재로 외부형태를 만든 다음 그 위에 베헝겊을 바른 후 떼어낸 기물에 칠작업을 하는 방법이고 목심칠기는 목재로 제작하여 칠을 입히는 방법이다. 채화칠기는 색이 든 채칠로 무늬를 그리는 방법을 말하며 나전칠기는 색이 든 채칠로 자개를 시문(施紋)하는 방법을 말한다.   위와 같은 조선시대 목칠 방법 중 현대인들이 가장 흔히 알고 있는 것이 나전기법(螺鈿技法)일텐데, 나전은 목재로 제작된 기물 위에 굵은 베헝겊을 바르고 조개 껍데기나 개흙에 칠을 섞어 바른 후 전복과 소라 껍데기인 자개를 문양대로 오려 붙이고 표면에 옻칠을 하는 기법을 말한다. 나전기법은 천연자개가 보여주는 영롱한 빛의 반사로 인해 보기에는 매우 아름다우나 단단한 자개를 일일이 오려내고 천연 옻칠로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전칠기 용품으로는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매난국죽과 십장생이 시문된 필통, 연초함 , 서류함등이 남성용품으로 활용되었고, 여성 용품으로는 모란, 화조, 물고기 등의 복과 다산을 의미하는 무늬가 시문되어 좌경, 빗접, 함, 장, 농 등의 생활용품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한국 전통 목가구의 칠 기법은 가구의 보존과 수명 연장이라는 실용적 측면과 동시에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미장(美裝)효과를 더 했슴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당시 목재의 방부법이나 전색제(展色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없었으나 경험에 의한 가구의 보존이 완벽 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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