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과 소박함의 미학, 한국 전통 목가구

단순함과 소박함의 미학, 한국 전통 목가구: 2016.01.12 14:42 입력

전승진 기자

국내 가구시장의 디자인 경향은 참으로 다양하다. 유럽풍 모던 스타일부터 젠스타일, 미니멀리즘까지 현대적으로 변화된 우리의 생활양식과 주거환경은 서구적인 디자인의 제품으로 우리의 방과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양식 스타일이 점령하고 있는 우리 주택엔 더 이상 한국 전통가구들이 들어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서양에서는 산업화되고 획일화된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듯 오리엔탈리즘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고, 실제 디자인에서도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과 어울어질 수 있는 동양의 사조를 반기는 것은 아마도 상업주의적으로만 흘렀던 디자인에 대한 반성이 아닐까싶다.   여기 선조들의 미 의식과 생활 철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전통 목가구가 있다. 자연을 추구하며 깊은 내면 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했던 한국 전통 목가구를 만나보자.   단순함과 소박함의 미학, 한국 전통 목가구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잘 표현된 미술품을 꼽으라면 이조백자, 분청사기와 함께 목공예품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목가구는 단순하고 소박한 자연미와 함께 건강한 조형미로써 우리 선조들의 미적 감각과 생활철학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고 복잡한 서양과는 달리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한국의 미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화려한 조각이나 장식을 대신해 자연 그대로의 나뭇결을 살려 만든 소박한 아름다움이 우리의 정서와 맞아 떨어진 까닭일 것이다.   나뭇결을 살려 만든 목가구     한국의 지형은 남북이 길게 뻗어 있어 수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고  또한 사계절이 뚜렷하여 나이테가 선명하고 나뭇결이 아름답다. 장인들은 이 다양한 목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였으며 나뭇결을 살려 자연미를 한껏 나타내는 솜씨를 발휘하였다. 또한 그 당시는 대부분 주문 생산이었으므로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하여 개성 넘치는 가구를 만들어 내곤 했다. 나무의 수축과 팽창을 막기 위해 가구의 전면을 여러 개로 분할하고, 부분별로 목재를 달리쓰며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끼리 맞물리는 다양한 결구법을 사용하였다.(불가피할 경우에만  대나무 못이나 접착제를 사용함) 무늬목을 잘 활용하여 가구의 미를 더하고 표면 보호를 위해서 옻칠이나 다양한 기름칠을 하였다. 옛 스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낙동법(나무를 불에 그을려 까맣게 한 다음 짚으로 긁어내어 자연스런 느낌을 나타냄)을 사용하거나 황토분이나 석간주(붉은 흙), 치자 등을 사용하여 원래의 목재 색과 다른 색으로 꾸미기도 하였다.   주택양식에 따른 특성     한옥의 구조는 천장이 낮고 방의 넓이가 좁은 가옥이란 점과, 온돌장치로 방바닥에 앉는 좌식생활의 영향으로 가구의 크기가 정해졌다. 방바닥에 앉았을 때 중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아무리 큰 가구라 할지라도 사람의 키를 넘지 않도록 하였으며 이동이 쉬운 알맞은 크기로 제작되었다. 선조들이 주로 입었던 한복은 접어서 보관해도 구겨지거나 하는 무리가 없었으므로 가구가 클 필요가 없었고 장식이나 허세를 위해 만들지 않고 실용적인 용도를 위해 만들었기에 소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남녀 구별이 심해 가구도 남자를 위한 사랑방가구는 장식이 적고 선비에 필요한 문방사우 중심의 가구가 발달했으며, 여성의 공간인 안방의 가구는 사랑방가구보다는 보다 화려하고 장식이 첨가되었다. 사랑방가구는 사용 목재도 광택이 없고 부드러우며 소박한 멋을 풍기는 오동나무와 부드럽고 소박한 질감의 소나무, 가벼운 은행나무 등이 주로 쓰였으며 십장생이나 구름모양 용문양등을 정교하게 조각하여 사대부의 품위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반면 안방가구는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먹감나무등 무늬 결이 아름다운 목재가 많이 사용되고 나전이나 화각으로 장식된 가구들이 놓여졌다. 장석과 가구에 새겨지는 문양들은 가정의 화목과 복, 득남 장수 자녀의 입신출세 등을 기원하는 무늬가 새겨졌다.   한국 전통 목가구의 아름다움     한국 전통 목가구가 보여주는 단아하고 간결한 모습, 겉치레 없는 단정한 선과 면이 선조들의 성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과 우리 삶이 아름다워야 만들어지는 물건에도 그 아름다움이 배어나게 되는게 아닐까싶다. 물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스타일과 편리한 구조이기에 한국 전통 목가구는 현대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이에 가구 업체에서는 전통 방식을 살린 가구에 현대적 편리함을 접목시켜 사용하기에 편리한 가구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일부의 관심만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전통 목가구를 보존하기 위해 값비싼 고가구를 들여 놓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이 고이 간직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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