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8211; 예(禮)③ &#8211;

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 예(禮)③ –: 2024.02.01 09:00 입력

장명경 기자

<div align="" style=""> <table 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center"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top:15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src="http://unmenews.com/PEG/17062441011399.jpg" width="309" align="absmiddle"></div><div style="text-align: center; margin: 8px;" align="center">출처 : 국립중앙박물관</div></td></tr></tbody></table>  </div> 예(禮) 문자도에서 예의 기원을 상징하는 도상이 거북이라면 예의 본질을 다루는 도상은 공자의 행단(杏壇)이다.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며 제자들에게 예에 대하여 강론했다는 행단고슬(杏壇鼓瑟)의 고사에서 유래하여 분홍빛 꽃이 흐드러진 살구나무나 은행나무 단상 앞에 앉은 노인으로 묘사된다.  중국 측 기록에 의하면 행단고슬의 행(杏)은 틀림없이 분홍색 꽃을 피우는 살구나무를 의미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조선에서는 살구나무 행 자와 은행나무 행 자가 치열하게 자리 다툼을 벌이다 후기로 갈 수록 은행나무 행 자가 승기를 잡아 전국 각지의 향교와 서원에 심어졌다. 이러한 사연으로 예 문자도에서 행 자가 살구나무와 은행나무 두 가지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수종을 다르게 그려도 민간에 유교 사상과 관련 고사가 널리 퍼져 옛 사람들은 이것이 공자의 고사에서 유래된 도상 임을 잘 알아보았다. 공자를 떼어 놓고 유교와 예를 논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논어(論語) 안연편에서 공자는 제자인 안연과 인(仁)에 대해 대화하며 이렇게 말한다.    非禮勿視 비례물시  非禮勿聽 비례물청  非禮勿言 비례물언  非禮勿動 비례물동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하지 마라.    여기서 예(禮)란 사람이 지켜야 하는 마땅한 도리로 본질은 인(仁)이며 쓸데없는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상대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행동이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아무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나이로 구차하게 서열을 지어 고개 숙이기를 강요하는 일, 사회적 지위를 악용하여 바른 의견을 막고 상대를 무릎 꿇도록 하는 일,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자 아첨하는 일 또한 올바른 예의범절이라 할 수 없다.  만약 관례상 본인보다 아래라 여겨지는 이가 무릎을 꿇고 납작하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 불쾌하고 예에 맞지 않는다 느껴진다면, 이는 본인의 품성 문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한 명의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어질게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이며 인이다.

장명경 기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