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전통을 넘어 우리곁으로 오다

한옥, 전통을 넘어 우리곁으로 오다: 2016.01.12 13:15 입력

전승진 기자

신묘년 새해를 맞아 한옥이 잘 보존되고 있는 곳 중의 한 곳인 가회동 한옥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간밤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골목길 사이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서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담소도 나누며 걷고 있었다.   30년 째 가회동에 살고 있는 주민 O O O씨는 요즘 가회동엔 외국인관광객도 많이 찾고 있고, 한옥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아보려는 가족, 친구 단위의 관광객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서구화 되고 현대화 된 시대에 살면서 소외되기 십상이었던 한옥이 다시금 일반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주거를 위한 집이 아닌 우리의 고향이자 정신이 깃들어 있는 한옥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옥이란 넓은 의미로 이 땅에 지은 전형적인 건축물 모두를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살림 집을 가리킨다.  옛날에는 집의 구조와 형태가 오늘날처럼 다양하지 않았기에 일반인도 집을 이해하는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옛날에도 집을 지을 때는 설계도에 따라 설계를 했는데, 이는 집주인의 요구를 바탕으로 건축가와 협의 후에 이루어졌다. 집의 규모와 구조에서 부터 기둥의 높이, 지붕과 창호의 모양 등을 판단, 결정하는 것이 모두 집주인의 몫이었다. 평생 살아가야 할 집이고 후대에도 물려주어야 할 집이기에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백퍼센트 맞춤형으로 지어진 덕분에 한옥엔 집주인의 생활상과 개성이 진하게 묻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얼핏 보아 구조와 형태가 비슷하게 생긴 한옥이 제각기 다른 모양일 수 있었던 것이 이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옛날에는 집에 살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도 집이 앉는 방향과 문설주의 방향이 달리 정해졌고, 이는 집주인이 한의학자의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방향 즉 방위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바로 오행의 기운을 나타내고, 그 오행의 기운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사시사철 집안의 공기 조절을 위해 온돌 구조를 활용하여 삼시 세끼의 식사와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 준비를 하면서 불을 지폈다. 이러한 온돌 구조를 이용한 집안 내부 공기의 대류 순환의 이점은 후대까지 이어져 한국형 아파트가 성공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된다. 우리는 입식이 아닌 신발을 벗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유일한 민족이었고, 이런 이유로 전염병이 창궐해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온돌 구조는 공기를 데우는 서양의 온풍기와는 다른 개념이며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 해도 중국과 일본의 온돌 구조가 도입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집을 지을 때는 실내에서의 생활 방식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방은 요를 깔고 생활할 것인지 침대를 놓을 것 인지부터 거실은 좌식으로 할 것인지 쇼파를 놓을 것인지에 따라  집의 내용이 달라진다. 이처럼 집은 집주인을 담는 그릇이자 생활을 보여주는 거울인데 요즈음의 집은 도통 그러한 것들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전통 가옥들이 불타고 현대화를 빌미로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게 되었다. 그렇게 지어진 아파트에는 집주인이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형과 구조가 이미 정형화된 아파트에서는 집주인이 자신의 생활 방식대로 설계할 수 있는 자유란 찾아 볼 수 없고 짜여 진 데로만 생활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복잡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아파트만한 생활공간이 없다. 각종 편의시설과 교통의 중심에 위치해있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다보니 재산가치 또한 뛰어나다. 편리함을 갖췄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데, 시멘트로 지어진 탓에 몸에 좋지 못한 성분이 나오고 이는 아토피 등의 병으로 이어져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우리 몸에 맞고, 친환경 소재인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한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막연한 지식 수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는 개성 있는 민족 문화가 자기 특성을 뽐내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데, 우리는 조상의 지혜가 깃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전통 건축 양식을 배재해 둔 채,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개성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돌이켜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 한옥의 연구와 보급화에 앞장서왔고 십여 년간 한옥에 관한 강의를 해왔던 한옥문화원 장명희 원장은 '아파트를 한옥처럼'이라는 강좌를 수차례 진행해 오면서 아파트에서도 약간의 인테리어만 바꾸어도 한옥의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벽지와 바닥 창호 등의 인테리어를 한식으로 바꾸어 주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건강에도 도움 될 뿐 아니라 심리 안정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옥은 일개의 집이 아니라 우리의 고향 같은 존재이다. 기둥에서부터 처마, 지붕까지 조상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보물 창고인 셈이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 채 등한 시하고 고루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던 것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난 것이 좋듯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우리의 생활양식이 깃들어있는 한옥이 좋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한옥은 속속들이 자연 친화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주택 형태로 사라진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대에 되살려 계승 발전 시켜 나가야 할 값진 재산이다. 앞으로 많은 독자들이 한옥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곳곳을 취재하고 설명하는 기사를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참고서적 : 한옥 살림집을 짓다 김도경 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 신영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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