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窓

한옥의 窓: 2016.01.12 13:38 입력

전승진 기자

우리의 창은 본래 창(窓)과 호(戶)의 복합어인 창호의 한 부분으로 통풍이나 채광을 위해 벽에 낸 시설물을 통틀어 일컫는다. 초기에는 창이 출입문의 용도를 겸하는 경우도 있어 구분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별도로 구별하기 위해 채광이나 조망, 환기를 위한 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집에 지을때 창을 내는 것은 집의 가장을 수호하는 신인 성주신의 관상을 결정하는 것과 같은 중요한 일로 인식되어 방향을 정하는데 매우 신중하였다. 창을 낼 때는 음양 오행의 원리를 반영하여 설치하는 것으로 이를 통하여 주거 공간에 조화의 의미가 깃든다고 여겼다.  서양과는 다른 우리의 창  한옥의 창은 시대에 따른 변화와 발전이 걸맞게 진행되어 서양의 창과는 여러모로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한 가지 예로 서양의 경우는 유리 같은 투명한 물체를 이용하여 창을 만들었고, 외부로부터 보호와 차단을 목적으로 커튼을 주로 사용했지만, 한옥의 경우는 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중화시키기 위해 종이를 사용하였다. 또한 여름철에는 창을 열어 개방하고, 반투명체인 발을 드리워서 우리만의 은은한 정서를 표출시켰다.  미적 기능과 실용적 기능의 창  창호는 시대가 흐름에 따라 출입이나 채광, 환기, 조망 등의 기본 기능 뿐만 아니라 건물을 치장하는 외장의 의미도 갖게 되었다. 창의 미적인 요소로는 문살이 대표적인데 집집마다 다양한 문살 문양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집의 얼굴에 고운 치장을 덧붙였다. 지역에 따라서 살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북쪽으로 갈 수록 문살의 밀도가 적은 정(井)자형을, 남쪽으로 갈 수록 밀도가 높은 주(州)자형을 이용했슴을 알 수 있다. 이는 일조량과 관계되는 부분으로 추운 날이 많은 북쪽 지방에서는 보다 많은 빛을 방안에 들이기 위해서 문살의 밀도를 적게 하고, 더운 날이 많은 남쪽에서는 빛을 보다 적게 들이기 위해 밀도를 높게 하는 등 종이의 면적과 문살의 비율을 조절한 일상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또한 창의 모습은 계층 별로도 차이를 보이는데 서민층에서는 대나무를 쪼개어 엮은 죽창이나 홑창을 설치했다면, 상류계층에서는 이중이나 삼중의 겹창을 설치했다. 이 때 바깥쪽에 여닫이를 추가해 차폐성을 높이고, 안쪽으로는 세련된 무늬의 살창을 미닫이로 두어 의장성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창의 설치는 인체가 기준   선조들은 집에 창을 설치할 때 그 설치 기준을 인체에 두었다. 창은 머름대 위에 설치하는데 이로써 문과 창을 구분하게 된다. 머름대가 붙어 있는 곳은 창이며 머름대가 없는 곳은 문이 되는 것이다. 머름대 높이는 앉은 사람의 겨드랑이 아래에 들도록 하였는데 이 높이는 사람이 방바닥에 누웠을 때의 두 배에 해당하는 높이로 누워있을 때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 머름대의 높이는 실내 가구를 제작하는 데에도 절대 기준치가 될 만큼 한옥의 모든 수치는 인체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의 획일화 된 주택과 달리 한옥의 창은 그 집에 살게 될 사람의 인체에 맞게 끔 맞춤형 설계를 한 것이다. 창은 주인의 식견과 성정을 잘 나타내는 집의 얼굴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주인은 자기 식견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격조 있는 집의 경우 스무 가지에 달하는 창문의 종류를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한옥의 창을 보면 달밤에 창을 통해 흘러들어 온 달빛을 벗 삼아 글을 읽던 가난한 선비의 모습과 정성껏 수를 놓는 옛 아낙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서양화 된 현대 주택에 살면서 이중 창과 커튼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삶이지만 한옥의 창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우리만의 정서가 가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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