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지붕

한옥의 지붕: 2016.01.12 13:50 입력

전승진 기자

한옥에서 집의 격식을 나타내는 구조는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지붕은 집의 격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붕은 사용하는 주재료에 따라 격이 달라지고, 같은 재료안에서도 각기 모양을 달리하면서 품격의 차이를 보여준다. 민가에서는 값비싼 기와 대신 다양한 재료로 지붕을 만들었는데, 그 재료에 따라 초가집, 너와집, 굴피집 등으로 나눠 볼 수가 있다.   기와집은 지붕에 기와를 올린 집으로 주로 중·상류 주택에서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일단 규모가 크고 튼튼한 집이어야만 무거운 기와지붕의 무게를 견딜 수 있으므로 기와집이라면 당연히 커다란 부잣집을 연상하게 된다. 기와는 비싼 가격도 있지만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했던 시절에는 기와집이 계급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상으로서 양반의 집이 아니면 기와를 얹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민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초가집은 볏짚을 재료로 지붕을 만든 것으로 볏짚은 속이 비어있어서, 그 안의 공기가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의 온도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온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였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지붕을 만들어 무엇보다 친환경적이고 여름과 겨울의 냉난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초가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한해에 한번씩 갈아주기 때문에 언제나 밝고 깨끗한 인상을 준다.   너와집은 널기와집, 너새집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돌과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하였다. 나무껍질이나 나무판, 얇은 판석등의 재료를 '너와'라고 부르는데 흔히 너와집이라고 하면 나무판을 얹은집만을 생각하지만 이들 재료를 통칭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너와집은 주로 나무를 구하기 쉬운 산 속에서 많이 지어졌는데, 태백산맥이나 울릉도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무 껍질을 사용해 지붕을 얹은 집을 '굴피집'이라 하는데 주로 이십 년쯤 자란 상수리나무 밑둥에서 떼어낸 껍질로 지붕을 이었다. 굴피를 덮으면 초가처럼 여름에는 더위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보온을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깔끔해 보이는 초가에 비해 마치 누더기를 덮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 굴피는 대기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특징이 있는데 건조할 때면 바짝 오므라들어 틈이 생기기도 하고 습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그 틈이 메워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재료 중 지붕을 덮는 데는 단연 기와가 으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현대에도 잘 지은 한옥 지붕이 남아있는 것처럼 다른 어떤 재료보다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사용한 재료가 기와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우리의 선조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했던 부분은 자연을 닮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초가 지붕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은 우리 고향의 나지막한 뒷산 등성이를 닮아 있기 때문이고, 기와집 또는 다르지 않은데, 용마루나 지붕면에 자연스러운 곡선을 채택함으로써 인공미를 없애고 자연미를 가득 담은 것이 그것이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지붕을 엮었으니 다 사용한 후에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가 있는 법이다. 자연을 우리를 담아주는 큰 그릇이라고 생각하며 훼손하지 않고도 잘 어우러져 살았던 선조들의 모습을 보면서 개발을 위해서는 굽이진 물길을 바꾸고 산을 허물고 자연을 파괴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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