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집, 한옥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집, 한옥: 2016.01.12 13:52 입력

전승진 기자

흔히 집을 일컬어 말하길 '사람을 담는 그릇'이라고들 한다. 이는 집이 먹고 자고 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과거 조상들은 출생부터 결혼, 장례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모든 대, 소사를 집에서 치르곤 했다. 물론 과거에는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같은 전문적인 시설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집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인간 생활사의 시작이자 마지막으로 여겼던 생각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집은 인간 생활 양식이 변화함에 따라 계속 변해왔고, 또 변해가고 있다. 과거 조상들이 살던 집은 어떤 형태였으며, 또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갈까. 집은 인간 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조상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우리의 집, 한옥이 어떻게 생겨났는 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반도로써 북쪽으로는 중국과 인접해 있고, 남쪽으론 바다를 건너 일본과 가까이 있다. 반도국이기에 대륙적이면서도 해양적인 이중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이는 오랜 세월동안 형성해 온 한옥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게 된다. 한 주택 내에 온돌과 마루라는 대조적인 공간이 결합되어 있는 것을 예로 들 수가 있는데, 이는 매우 독특한 형태로 세계에서도 유일한 주택 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산과 강이 많아 한국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하는 생활 철학을 갖게 되었으며, 한옥 또한 자연 친화적이며 자연에 순응하는 특성을 갖게 되었다. 초가 지붕의 모양은 마을 뒷산의 모양을 닮았으며, 단층 지붕의 높이도 사람 키보다 약간만 높게 하여 자연을 압도하기 보단 함께 어우러지기 위한 겸허함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옥은 기후 환경과 생활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는 주택 유형으로 지역별 기후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구조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함경도와 강원도 같은 북쪽 지방은 겨울철 추위가 심하므로 보온을 위해 방이 두 줄로 배열되는 '田'형태의 겹집 구조를 띠고 있고, 황해도와 경기도 같은 중부지방에선 'ㄱ'자 형태의 집이 발달했으며, 경상도와 전라도 같은 남쪽 지방에선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통풍에 유리한 'ㅡ'형태의 홑집 구조로 발달되었다.   또한 한옥은 상류층의 집이냐 민가 냐에 따라서도 구조를 달리 하였는데, 민가는 큰 구분이 없었던 반면 상류층의 집은 신분과 남녀노소를 구분하는 공간을 고려하여 설계하였다. 같은 집안에서도 집채를 달리하거나 작은 담장을 세워 그 공간을 나누었으며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 예술적인 가치도 생각하여 지어졌다.  한옥을 짓는 재료는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와 돌, 흙 등을 사용했는데 이는 매우 자연 친화적인 동시에 실용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대개 기둥과 서까래, 문, 대청 바닥은 나무를 썼고, 벽은 흙 벽으로 만들었으며, 창에는 한지를 발라 은은한 채광을 내었다. 방바닥엔 한지를 깐 뒤 콩기름 등을 발라 물기로부터 손상을 막았다. 지붕은 사용한 재료에 따라 기와 지붕과 초가 지붕으로 나뉘는데 보통 부유한 집에서는 기와 지붕을 서민층이 초가 지붕을 사용했다. 초가 지붕은 여름엔 태양열을 차단해주고 겨울엔 보온 효과가 있어 널리 사용했지만, 매년 다시 이어야하는 번거로움과 화재의 위험이 따르곤 했다.  이상과 같이 한옥의 형성은 자연환경에 의해 그 구조나 형태가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어했던 소박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공간인 것이다. 또한 한옥은 개인의 휴식 공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지내는 생활 공간이기도 했으며,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는 사회 공간이기도 했기에 더욱 큰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참조 : 한옥의 공간문화 (한옥 공간연구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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