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생각나는 대청마루

여름이면 생각나는 대청마루: 2016.01.12 13:56 입력

전승진 기자

여름의 불청객 장마가 시작되었다. 무더운 한여름에 내리는 비는 더위를 식혀주기도 하고, 계절의 운치도 있는데 더불어 비를 보는 장소가 한옥의 대청마루라면 그 운치는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무더운 한여름에 전통한옥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이도 시원한 자연풍이 불어오는 대청마루에 신기해했을 것이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대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청은 상류주택의 권위와 의식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며 각 방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으로서 주로 남쪽을 향하고 있다. 대청은 안채에 딸린 안대청과 사랑방에 딸린 사랑대청이 있는데 조선조 중반까지는 사랑대청의 크기가 더 컸으나, 후기에 이르러 안 대청이 가정의 중심이 되면서 집안 대소사를 주관하는 장소가 되었고 이에 따라 규모 또한 확대되었다. 대청의 구조를 보면, 지면의 습기를 피하고 집의 권위를 상징하는 기단이 있고, 그 위에는 신발을 벗어놓기 위한 댓돌이 있다. 댓돌을 오르면 대청의 우물마루가 보이고, 복합문을 들어 올리면 대청이 마당에 개방되게 된다.   대청의 바닥은 우물마루로 되어 있는데, 우물마루는 상류주택에서 서민주택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쓰였던 마루구조이다. 우물마루의 구조는 대들보와 같은 세로 방향으로 기둥 뿌리에 두세 개의 장귀틀을 건너 지르고 거기에 직각으로 동귀틀을 건 후 짧고 넓적한 마루널인 청판을 동귀틀에 파놓은 홈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구성되었다.  대청의 천장은 모든 구조 재가 한눈에 보이는 노출 구조로 이를 연등천장이라고 한다. 이는 서까래의 등이 보인다고 붙여진 명칭으로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하얀 회반 죽으로 마감하여 나무와 하얀색이 반복되는 단아한 조화미를 보여준다. 대청의 천장 높이는 보통 10척 정도로 한국인 평균 신장의 두배에 해당하는 높이이다. 가능한 대청은 넓게 잡고 천장도 높게하여 바람도 잘 통하고 공기 순환이 좋게 하여 사람이 내뿜는 기가 승하여 뻗칠 수 있게 하였다.  대청의 입면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가 창호인데, 안방 위에는 교창(交窓)이 설치되고 안방 아래에는 띠살로 된 사분합문(四分閤門)이 설치된다. 사분합문은 네 짝으로 구성된 문으로, 겨울에는 이를 닫아 추위로부터 보호하며, 여름에는 문의 아래쪽에 달려 있는 쇠 장석을 푼 후 들어올려 추녀 밑에 들쇠에 걸어 대청공간을 개방시키는 들어열개문이다.  대청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경계에도 규모에 따라 4~8쪽짜리 복합문을 설치한다. 이 문들은 종이로 두껍게 싸 바르고, 빛의 유입을 위해 앉은 사람의 눈 높이 위치에 불발기 창을 설치한다. 불발기 창은 사각이나 팔각형의 울거미에 여러 모양의 살대를 넣고 안으로 한지를 바른 창을 말하는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한옥에 독특한 장식미를 준다. 불발기 창 또한 여름에는 들어올려서 들쇠에 걸어 방과 대청을 개방시켜 주며 공기를 순환시켜 시원하게 한다.   누마루는 주로 사랑채에 설치하였는데, 사랑방 또는 문방(文房) 옆으로 낸 누마루는 방보다 1척(30cm) 정도 높게 설치하며 바닥은 장마루로 천장은 연등천장 또는 우물반자로 구성한다. 누마루는 벽이 없이 기둥만 노출되어 있어 안정감을 위해 머름 높이의 난간을 설치한다. 누마루에 두른 난간에는 다양한 모양의 난간살 장식을 하여 주택의 입면을 개성있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역할을 했다. 누마루도 여름에는 들쇠에 문을 들어올려 걸어두고 개방공간으로 사용했으며, 겨울에는 문을 닫아 폐쇄공간으로 만들었다.  대청마루는 방과 더불어 안락한 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치루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방과 달리 천장을 높게 하고 앞뒤를 트게하여 바람을 잘 불게하고 공기 순환에도 좋게 하는 등 선조들의 과학적인 지혜가 듬뿍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겨울이면 창을 내려 추위로부터 보호하고 여름에는 창을 들어올려 시원하게 하는 안락함과 개방성을 두루 갖춘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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