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장인을 꿈꾼다, 두석장 박문열 인터뷰

21세기 장인을 꿈꾼다, 두석장 박문열 인터뷰: 2016.01.12 11:57 입력

전승진 기자

<div style="margin-bottom: 4pt;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0pt 0.0pt 0.0pt 0.0pt;"> <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_ext" 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width: 426px; height: 207px;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  <img width="550" height="366" align="absmiddle" src="http://unmenews.com/PEG/14525672699688.jpg" style="text-align: center; width: 481px; height: 352px;"> <div style="text-align: center;" align="center">▶ 두석장 박문열</div></div></td></tr></tbody></table>  </div>장맛비가 내리는 토요일 아침 경기 벽제에 위치한 두석장 (중요 무형문화재 64호) 박문열씨의 작업장을 찾았다. 장석을 다듬는 소리와 빗소리가 제법 잘 어우러져 들려온다. 날씨가 궂으면 쉴 만도 한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새벽 집이 있는 서울에서 작업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장석을 만들어 온지가 햇수로 45년, 기나긴 시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온 모습이 그를 명장에 반열에 오르게 하지 않았나 싶다.  두석장(豆石匠) 이란 두석장(豆石匠)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황동(놋쇠) 장식을 만드는 장인을 말한다. 여기에서 콩豆를 쓰는 이유는 주재료인 황동색이 콩처럼 노랗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석은 목가구의 결합 부분을 보강하거나 여닫을 수 있게 하는 금속 장식을 말하며 자물쇠도 여기에 포함된다. 장석은 주로 황동으로 만들지만 보다 사치스럽게 꾸미고자 할 때는 백동을 사용하고, 현대에는 백동의 사용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작업 과정은 주석이나 백동을 가열해 녹이고 이것을 망치로 두들겨 0.5mm 두께의 판으로 늘인 후 면을 반듯하게 다듬는다. 여기에 본을 따라 작도와 정으로 오린 후 줄로 다듬고 문양을 새긴 뒤 사기 분말을 묻힌 천으로 문질러 광택을 내어 완성한다. 두석장의 작업은 가구 외에도 고건축물등에 쓰이는 장석도 해당되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박문열씨와 통영의 김극천씨 두 명이 보유자로 등록되어 있다.   두석장이 되기까지  경북 경주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휴전 이듬해 목수였던 아버지를 여의고 다섯 살 무렵에 서울로 올라왔다. 초등학교는 입학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교생활이 즐겁지가 않았다.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에 큰 재미를 느꼈고, 남들이 버린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려서도 줄곧 상을 받을 만큼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용산에 있는 주물 공장에 들어가 쇳물을 녹이는 일을 했다. 어린 나이에 거친 작업을 하려니 몸은 고되고 다치는 일도 허다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큰 누이가 인사동에서 장석 공방을 운영 중이던 시가쪽 인척인 윤희복씨를 소개해 주었고, 그는 본격적으로 장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통영의 두석장 김 극천씨의 경우는 4대째 이어진 가업으로 도제식 교육을 받아왔지만, 그는 그럴만한 여건이 안되었기에 스승님으로 부터 장석에 대한 기초만 배운 채 많은 일들을 독학으로 깨우쳐야만 했다. 틈나는데로 본이 될 만한 좋은 물건들을 찾아 연구하고 만들어보는 것을 거듭한 결과 황동, 백동, 시우쇠는 물론 금속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광화문 복원, 경복궁 내 건천궁, 국립중앙박물관 내 팔각정인 청자정, 조계사 8층 석탑의 상륜부 청동장석 등 수많은 문화재와 사찰의 장석들이 그동안 그의 손길에서 태어난 작품들이다.  조선과학의 백미, 비밀 자물쇠  <div style="margin-bottom: 4pt;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0pt 0.0pt 0.0pt 0.0pt;"> <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_ext" 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width="320" align="absmiddle" src="http://unmenews.com/PEG/14525672723588.jpg"></div></td></tr></tbody></table>    여러 가지 장석 중에서도 그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비밀 자물쇠이다. 1993년 '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해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작품이 7단 비밀자물쇠를 포함한 자물쇠 17점이었으며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 할 만큼 자물쇠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흔히들 자물쇠라 하면 기역자로 구부러진 쇳대를 넣어서 고삐를 빼는 단순한 모양을 상상하게 되지만, 조선시대 사대부가에는 귀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만 열 수 있는 비밀자물쇠들이 수없이 존재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좋은 물건들은 이미 해외로 반출되고 국내에는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는 실정이며 이를 안타깝게 여겨 그는 비밀 자물쇠 복원에 큰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비밀 자물쇠는 외관의 미적 기능은 물론 내부구조가 뛰어나 조선시대 과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그가 만든 3단에서부터 7단까지 40여종의 전통 자물쇠가 대전의 과학관에 전시되어 있다.     21세기 장인을 꿈꾼다    장석은 일반인도 5년정도만 배우면 어느 정도 만들어 낼 수 있으나 비밀 자물쇠의 경우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에 아무나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그는 "모든 일이란게 일단 내가 좋아야하고, 손재주와 고집,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야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를 수가 있는 법입니다. 작업에 있어서는 남을 본떠서도 안되고, 자기주장을 밀고 나가는 정신력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따라 하기 보다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성화된 분야를 찾아 독창성있게 한다면 누구나 특별한 작품을 만들 수가 있다고 말했다. <div> <table align="center" class="__se_tbl_ext" 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width="550" height="361" align="absmiddle" style="width: 477px; height: 349px;" src="http://unmenews.com/PEG/14525672741053.jpg"></div></td></tr></tbody></table>  </div>  또한 "선조들은 재료도 부족하고 없는 도구로도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는데 현대에 수없이 많은 재료와 도구가 있는 우리는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게 맞지 않습니까?" 라며, 앞으로의 장인은 전통의 복원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전통문화를 이으려는 젊은 장인들에게는 "전승공예대전에 낙선해도 실망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우 선되어야 한다. 남을 본뜨지 말고, 자기 작업에 충실하고 공인들에게 자문을 얻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방 만들어 후학 양성하고파   전통문화를 배우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는 전통 공예학교와 한옥 문화원 등에 장석에 관한 강의를 나간다. 왕복 거리도 멀고 다녀오고 나면 작업을 못할 정도로 힘이 들지만 전통문화를 알고 배우려는 이들이 고마워서 계속 강의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자신만의 공방을 만들어 장석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견학할 수 있고 살아있는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 현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 해 6월 인사동에서 열렸던 '전통 공예 4인전'과 7월 무형 문화재 시연 행사인 '天工을 만나다' 등으로 바쁜 여름을 보낸 그는 다가오는 10월에는 국내 화장품 회사에서 기획하는 전시에 참가해 현대 작가들과의 협동작업도 앞두고 있고, 한 해에 한번씩 열리는 무형 문화재 보유자전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心耕(심경)이라는 그의 호처럼 꾸준히 마음의 밭을 갈아 차분하게 그동안의 작업을 총망라해서 개인전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그는 말했다.  </div>

전승진 기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