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술과 전통 의학의 관계 -1부-

전통 무술과 전통 의학의 관계 -1부-: 2016.01.06 22:39 입력

김용의 ‘영웅문’ 하면 무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본래 김용의 ‘사조삼부’라 하여 1부 ‘사조영웅전’, 2부 ‘신조협려’, 3부 ‘의천대룡기’를 묶은 것으로 고려원에서 소설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출간함으로써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인기가 아직도 식지 않고 있으며 1부 사조영웅전 같은 경우 '대만에서 천만부 이상, 중국에서 1억부 이상 판매' 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워 중국에서는 성경보다 많이 팔리는 책이라고 한다. 심지어 김용은 20세기 중국문학을 대표하고 있는 소설가로 그의 소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김학'이 생겨났고 세계적 유수의 대학에서 그의 학문에 대해 연구할 정도이다.   <o:p></o:p> 갑자기 뜬금없이 ‘소설영웅문’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 영웅문의 3부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주인공인 장무기가 바로 무술과 의술에 모두 달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 영웅문은 읽게 된 것은 학력고사(요즘의 수능이 당시에 학력고사 였음)를 마치고 한의예과에 합격한 후에 남는 지루한 시간에 우연치 않게 접하게 되면서 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1부에서 3부까지를 약 일주일 동안 매일 매일 거의 쉬지 않고 읽은 기억이 있다. 1부에서 3부까지의 주인공 중에 특히 3부의 장무기란 인물이 무술뿐만 아니라 의술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이 당시에 참으로 인상 깊었던 점이었고 어쩌면 그때의 그 기억과 감동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되는 운명적인 계기와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무협지를 탐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읽거나 듣고 본 많은 무협소설, 영화에서 거의 하나같이 빠지지 않은 것이, 수련 중에 주화입마를 입어 생긴 내상, 또는 독의 달인에게 당해서 생긴 극독의 중독을 멋지게 치료해 내는 의학의 달인, 의선이나 약선의 등장이다. 다소 과장되거나 신비적이고, 허위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결국 전통 무술의 세계에선 전통 의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그 어떤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무협지의 예를 들지 않더라고 실제로 무술과 의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데, 단편적으로 보면 의술은 생, 즉 사람을 살리는 기술 중심으로 발달된 것이고, 무술은 사, 즉 사람을 죽이는 기술 중심으로 발달된 것이므로 서로 음양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양철학의 음양이론에도 부합되며, 의학은 부드러운 기운을 사용하므로 음에 해당하지만, 생을 목적으로 함으로 음중지양(陰中之陽)이라 할 수 있고 무술은 강한 기운을 사용하여 양에 해당하나 사를 목적으로 함으로 양중지음(陽中之陰)이라 할 수 있다. 음양은 서로 상호 보완, 상호 전환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술의 최고의 경지는 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드럽고 유연한 무술이 되는 것이고, 의술 역시도 최고의 경지는 강함을 통해서 병마를 제압하거나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둘의 관계는 각자가 다른 과정을 통해서 발전을 해왔을 것 같지만, 동양철학적 관점에선 음과 양의 관계로 상호 보완하고, 전환하면서 하나로 통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의술과 전통 무술의 관계가 비록 하나로 통한다 할지라도, 중심을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라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전통무술의 관점에서 전통의술은 활법이란 이름으로 전통무술 속에 녹아있고, 전통의학의 관점에서 전통무술은 내공수련, 도인술 등으로 전통의학 속에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활법(活法)이란 넓은 의미로는 생명의 자연치유력을 높여 생명현상을 유지, 지속, 안정시키는 일체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로는 무술의 기본인 살법(殺法)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무술 수련 시 또는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각종 부상 또는 상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이에 따른 손상을 최소화시키고,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는 일체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상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여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은 무예인에게 전수되어 오던 한의학적인 방법을 말한다.   활법의 연원을 살펴보면, 무술의 관점에서 보면 옛날에 살법(殺法)을 사용하는 무사(武士)들이 겨루기, 쟁탈전(爭奪戰) 그리고 전쟁을 통해 몸소 터득한 무학(武學)의 원리인 소생술(蘇生術), 건신술(健身術), 점혈법(활살점), 골법(骨法), 체술(體術) 등에서 연원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법(生法)을 사용하는 유불선(儒彿仙) 등의 수행가, 의가들이 터득한 도인법(導引法), 수기법(手氣法), 식이법(食餌法), 호흡법(呼吸法), 행기법(行氣法), 수심법(修心法) 등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살법(殺法)과 생법(生法)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결국 그 연원은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위대한 수행가들은 생법과 사법을 동시에 터득하였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술과 의술은 결국 하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활법 즉, 무술에서 있어서의 한의학적 방법들은 그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유물로서 묵혀 있는 것들이 아니고, 현대에서도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고, 의학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살아있는 민족의 전통문화이며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흥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