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8211; 신(信)① &#8211;

효제문자도에 담긴 이야기 – 신(信)① –: 2023.09.01 09:00 입력

장명경 기자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의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다소 껄끄러운 단어일 수도 있으나 기초 상식을 복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래된 도리를 되짚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땅히 거짓 없이 성실해야 하며,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을 연결하는 단단한 고리가 된다. 신의가 없는 사회적 관계는 공허한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풍파를 일으킨다. 그 여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았던 옛 선현들은 사람답게 살기를, 신의를 소중히 여기기를 설파해왔다.  <div align="" style="text-indent: 10pt;"> <table 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center"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top:15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src="http://unmenews.com/PEG/16937911903129.jpg" width="603" align="absmiddle"></div><div style="text-align: left; margin: 8px;" align="left">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div></td></tr></tbody></table>  </div> 신(信) 문자도의 주된 도상은 흰 기러기와 청조다. 그 중 흰 기러기는 한서(漢書) 소무전(蘇武傳)의 고사에 나오는 새로 한 무제(武帝) 시절 관료 소무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붙잡혔을 때 그의 편지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기러기가 편지를 옮긴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는 흉노와 전쟁을 벌이고 있어 사신을 보내 상대의 정세를 살피고 서로 사신을 억류하는 일이 잦았다. 기원전 100년 흉노의 차제후 선우가 한나라와 관계를 개선하고자 억류했던 사신을 돌려보냈고, 한 무제가 이에 응해 소무를 흉노에 사신으로 보내 한에 억류되어 있던 흉노의 사신들을 송환하도록 하였다. 헌데 그 무렵 흉노에서는 구왕과 우상이라는 자가 소무 이전에 사신으로 갔다가 흉노에 투항한 위율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사신단에 동행했던 장승이 여기에 연루되어 몰래 일을 진행하다 거사가 실패하자 그제서야 소무에게 사실대로 고하고, 소무는 흉노에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 나라에 누를 끼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다. 그러나 장승과 또 다른 사신 상혜가 막아 실패하고, 선우는 당연하게도 이 사건에 매우 노하여 귀족들을 소집해 상의하여 한나라에서 온 사신들을 모두 죽이려다 마음을 바꾸어 소무 일행에게 투항을 권유하게 되었다. 마땅한 대책도 없이 사고를 친 장본인인 장승은 죽음이 두려워 냉큼 투항했으나, 이미 탈출이나 자기 변호 같은 선택지는 없는 셈 치고 자살부터 시도한 바 있던 소무는 그 대단한 성격 그대로 행동한다. 목에 칼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나라에 대한 은혜와 의리를 들어 투항을 거부하고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꿋꿋한 태도에 감탄한 선우는 어떻게든 소무가 항복하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창고에 가두어 굶기거나 북해(현재 러시아의 바이칼 호 부근)로 쫓아내 온갖 고초를 겪도록 했다. 그러나 옛 이야기의 공식대로 소무는 어떠한 일을 당해도 끝까지 절개를 지키며 한의 신하로 남는다. 세월이 흘러 소제가 즉위하고 한과 흉노는 다시 화친을 도모하게 되었다. 한에서 소무의 안부를 물으며 송환을 요청하자 흉노 측은 소무는 죽은 지 오래라고 거짓을 말하며 들어주지 않았다.  재차 한나라에서 사신이 오자 그 때까지 소무처럼 억류되어 있던 상혜가 몰래 사신과 접촉하여 그간의 일을 설명한 뒤 선우 앞에 나아가 “우리 천자께서 상림원에서 사냥을 하시다 활로 쏘아 잡은 기러기를 한 마리 잡았는데, 그 발목에 묶여있던 비단에 소무가 살아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라고 고하게끔 계책을 냈다. 한나라 사신은 그대로 행했고 선우는 깜짝 놀라 소무를 돌려보냈다. 이 고사에서 비롯되어 먼 곳에 전하는 편지를 기러기 안(雁) 자를 써서 안서(雁書), 안신(雁信), 안백(雁帛) 또는 안찰(雁札)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기러기는 신의가 깊고 먼 곳까지도 소식을 전해주는 새라 하여 신조(信鳥)라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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